그래, 가출 이후. 그냥 그래


그래(만 2세, 상습 가출묘, 전과2범)

그래입니다. 올해 모든 일이 2배로 늘어서 늘 바쁘고, 늘 피곤한 집사에게 틈이 보이면 이렇게 무릎으로 올라와 어떻게든 안겨 있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입니다. 가출 소동으로 구충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었고, 병원에 간김에 스케일링을 예약했었습니다. 입냄새도 입냄새고, 비뚤게 자란 송곳니로 치석도 많이 끼는 것 같고, 겸사겸사...


엄청 꿍얼대면서 혈액검사를 마친 그래. 이젠 병원에 가면 불안해하기는 커녕, 원장님 책상 위에 있던 카샤카샤도 만져보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그냥이처럼 틈만나면 수술실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병원을 싫어한다던데 ㅠㅠ 우리집 고양이들은 왜 하이디를 이리도 좋아하는 걸까요?


혈액검사는 양호. 살은 빠져서 4.8kg정도. 가출로 꼬박 만 4일을 굶었는데, 간에 이상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마취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라는 걸 확인하고, 그래야, 스케일링 잘 받으렴,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시호 원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일단 마취시키고 입을 열어보니, 아래 송곳니가 위쪽 잇몸을 찔러서 윗쪽 송곳니 근처 잇몸도 상하고 ㅠㅠ  여차여차 하여 아래쪽 송곳니를 잘라내고 레진으로 씌워야 할 것 같다고. 작년에 처음 그래의 송곳니가 비대칭으로 난 게 이상해서 병원에 데려갔을 때 들었던 설명이라서, 잘 부탁드린다고 전화를 끊고 병원비가 두 배로 뛰었습니다. 하아.  


세에덴님 출장비 플러스 치과 진료로 결국 이번달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게 한 비싼 고양이 되시겠습니다.


입원시키고 3시간쯤 지나서 퇴원가능하다고 연락이 와서 데리러 갔습니다. 수술실 유리창 너머 입원실 안에 있는 그래가 절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떠줬는데, 아... 저거 집사가 왔군, 이라고 알아봐준 것 같아서  조금 기뻤습니다. 헤헤.


그래서, 그래는 이제 아랫쪽 송곳니가 1.3개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원장님께서 수술 과정과 처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신경을 빼내고 뻥 뚫린 이빨 사진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_-; 개나리 같던 그래의 이빨이 목련처럼 하얗게 변했는데, 치석만 빼면 나름 "건치 고양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헤헤헤.


일주일간은 양치 금지. (그래야, 좋겠다.)

그리고 3일간 12시간 간격으로 가루약 복용.

오늘 아침 마지막 약을 먹은 더 이상 입냄새 나지 않는 그래가 저에게 안겨있습니다.


그래는 요즘 캔과 생식과 사료를 다 먹고 있는데,

사료 씹는 소리가 마치 치약 광고에서 사과를 아삭, 하고 깨무는 효과음처럼 매우 경쾌하게 들립니다.

자기도 잇몸을 찌르던 통증이 사라졌으니 편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름, 치과 치료를 받은 효과로, 좀 더 잘생겨진 것 같습니다. (seriously!!!)


퇴원할 때 받은 서류에 고양이 치아 관리에는 주5회 기계적인 칫솔질이 최고라는 부분을 볼드체로 써놓으셔서,

ㅠㅠ 그냥이만 매일 밤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집사 생활 2년차에 들어드는 저도 고양이 칫솔질 요령이 조금은 늘었습니다.


수술 당일 그래는 거의 12시간 금식을 했는데, 수술 전 6시간, 그리고 퇴원 후 5시간 물도, 밥도 못먹었습니다.

역시, 애꿎은 그냥이만 밥도 못먹고 저에게 냥냥대더니, 다음날 보니, 제가 먹는 사료(쌀) 봉지를 죄다 뜯어 놨더군요.

아...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의사표현이 분명한 그냥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이디의 치과 진료는 워낙 꼼꼼하고 훌륭하다고 소문을 많이 들었고, 개원부터 '특히' 고양이 진료를 전문으로 보는 병원으로 유명했으니, 집사는 그래의 치료에 대해서는 1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젠, 카드값에 대해서 걱정을 좀.......



덧글

  • 남두비겁성 2016/04/10 17:54 # 답글

    솜씨는 걱정 안 해!
    하지만 카드값은 걱정돼...(...)

    전에 일하러 간 곳에 곧 매몰될 길고양이들이 워낙 많아서 막 페어 만들어서 보내고 있었는데
    무슨 마담 뚜(?)도 아니고...어쩌면 이런 게 체질일지도 모르겠네요.
  • sundress 2016/04/10 20:14 #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란 일드가 생각이 나네요. ㅎㅎㅎ
    그래는 그냥이와 저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 년전에는 거리를 떠돌고 있었을텐데,
    지금은 저에게 안겨있네요.
    그래를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애쉬 2016/05/13 23:12 # 답글

    하라쇼가 그래였군요!!!

    아...배로 기뻐요 ㅠㅠ 그래 찾으신게....
  • sundress 2016/05/16 23:48 #

    네! 구 하라쇼, 현 그래, 입니다. 가끔 1년 전 거리를 떠돌던 사진을 보는데, 지금이 훨씬 더 귀엽고, 더 잘생겨보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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